이미지 크게보기 21일 오후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에서 스타 PD 4명이 사회자 서경석(왼쪽)의 농담에 활짝 웃고 있다. CJ E&M 제공

지난해 방송가를 장악한 화제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CJ E&M 계열 채널에서 나왔다. 엠넷 ‘슈퍼스타K’ ‘댄싱9’(이상 김용범 PD), tvN ‘꽃보다 할배’(나영석 PD),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신형관 상무), tvN ‘응답하라 1994’(이명한 국장)가 그 주인공. 음악 프로그램에서 드라마까지 대한민국을 들뜨게 하고 시원하게 웃기고, 잔잔한 감동까지 안겼던 프로그램들은 한 발짝 앞선 기획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결합된 최상의 상품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들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스타 PD들도 함께 조명받았다.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에 이들 스타 PD 4명이 참석해 자신의 프로그램이 빛을 발휘한 원동력인 ‘창의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김용범 PD와 신형관 상무는 엠넷 시절부터 함께 해오며 주요 음악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고, KBS에서 한솥밥을 먹은 나영석 PD와 이명한 국장은 CJ E&M으로 이적한 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도맡고 있다.

이들 PD의 기억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중 확신을 갖고 시작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김 PD는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지역마다 예선을 치르면서 참가자가 늘어나자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기다렸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슈퍼스타K’ 시리즈는 승승장구했고, 시즌 3가 끝날 때 방송가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60여 개나 생겼다.

‘꽃보다 할배’도 마찬가지. 잘생기고 잘나가는 젊은 배우를 섭외해도 안될 판에 나 PD가 꺼낸 묘책은 ‘어르신 배우’였다. “신구 선생님에게 인사드리고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했더니, 선생님이 거두절미하고 ‘말년에 여행 보내준다는 얘기지? 고마워’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이 프로 망하더라도 꼭 이분들 모시고 여행 갔다 와야겠다고 다짐했어요.”(나 PD)

‘응답하라 1997’에 대한 성공 비화도 소개됐다. 이 국장은 이 드라마의 롤 모델이 없다 보니, 선뜻 나서는 배우들이 없어 처음에는 기대치와 현실의 커진 간극이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때 우리는 드라마의 본질에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애썼어요. 경상도 사투리를 제대로 쓰는 인물이 캐스팅의 가장 기본적인 룰이었던 셈이에요. 여기에 팬덤 문화, 90년대 배경이 한몫했어요. 남편 찾기 등 물음표 장치를 쓴 것은 드라마를 처음 해보는 예능 작가(이우정) 특유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시도였죠.”(이 국장)

엠넷의 가장 큰 연중행사는 역시 ‘MAMA’다. PD 60명, 스태프 1700여 명을 이끌고 매년 아시아 무대를 주무르는 신 상무는 “자동차, 반도체를 넘는 사업의 다음 단계는 문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게 도전적이고 모험적이라도 새로운 시장으로서 가치가 입증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 무대에 출연한 스티비 원더가 제 손을 꼭 잡으며 ‘내 오랜 소원 중 하나가 아시아에서 노래로 사랑을 퍼뜨리는 것이었는데…’라고 말했어요. 공연이 끝난 뒤엔 싱가포르 현지 어린이가 한국말을 외워 ‘감사합니다’고 전할 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어요.”(신 상무)

창의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 질문에서 신 상무는 “부지런함”이라고 했고, 김 PD는 “믿고 끌고 갈 수 있는 힘 그 자체”라고 답했다. 나 PD는 ‘콜럼버스의 달걀’ 이론을 꺼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시작 단계로 보여줄 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작업을 믿음을 갖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게 창의성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정도로는 부족해요. 대중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해서 교집합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해요.”(나 PD)

이 국장은 “대중과 소통하는 콘텐츠로 스토리나 구성보다 더 상위 개념은 정서”라며 “그걸 움직일 수 있는 창의자가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창의적 PD들의 학창 시절 모습은 어땠을까. 신 상무는 늘 워크맨을 달고 다니며 음악에 미쳐있었다고 했고, 이 국장은 뮤지션을 꿈꾸기 위해 밴드 활동을 했다고 쑥스럽게 답했다. 김 PD는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며 PD를 자연스럽게 지원하게 됐고, 나 PD는 연기자→코미디 작가→프로듀서로 각각 진로를 틀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일반 관객 16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에 걸쳐 화기애애하게 펼쳐졌다. 사회는 개그맨 서경석과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맡았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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