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상원 교육보건위원회 산하 공립교육소위원회는 13일 오후(한국시간 14일 오전) 주내 공립학교가 사용하는 교과서에 ‘동해 병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위 소속 6명의 상원의원은 이날 버지니아주 주도인 리치먼드 소재 의회 의사당에서 데이브 마스덴(민주)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심의하고 나서 찬반 구두 표결에 부쳐 전원 만장일치로 가결 처리했다.

이는 최근 과거사 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치열한 논리 대결 끝에 ‘완승’을 거둔 것이어서 더욱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법안은 버지니아주 교육보건위가 승인한 모든 교과서에 ‘일본해(Sea of Japan)’가 언급될 때는 ‘동해(East Sea)’도 함께 소개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미국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동해를 병기하도록 하는 법안이 첫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다른 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주재 일본대사관이 이 법안을 좌절시키기 위해 로펌을 고용, 주 의회 등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전을 펼치는 와중에 법안이 소위를 통과함으로써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주미 일본대사관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현지 대형 로펌의 로비스트인 맥과이어 우즈 컨설팅의 시어도어 애덤스 선임부대표는 이날 법안을 심의하는 회의에 나와 마스덴 의원 등이 제안한 “동해 병기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미 한인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이 방청석에 앉아 있다가 모든 교과서에 동해를 함께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찬성 발언을 했다.

법안이 각각 버지니아주 상·하원 교육보건위와 전체회의 등을 통과하면 상·하원 조율 작업과 주지사 서명을 거쳐 최종 확정돼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된다.

하원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팀 휴고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발의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테리 매콜리프 신임 버지니아 주지사도 지난해 말 주지사 선거 기간에 동해 병기 법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 의회 상임위 소위원회를 거치면서 일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아직 상임위 전체회의와 하원 통과 절차가 남아있다. 상원 통과는 유력하지만 최종 관문인 하원에서는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일본의 집중 로비가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바람직하고 고무적인 일”이라며 “특히 현지 한인 시민단체의 주도적인 역할로 주 의회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