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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6년부터 ‘우리나라 전통 무늬’를 조사·정리한 후 디자인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문양 일러스트를 공공저작권 신탁관리시스템(www.alright.or.kr)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연구소의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의 주요 전통 무늬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꽃무늬가 흔해진 이유는 두 가지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국가적으로 혹은 민가에서 불교가 융성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장식물로 쓰인 와전(瓦塼·기와와 전돌을 아울러 이르는 말)에 그만큼 아름답게 잘 어울리는 문양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와전은 약 2000년 동안 지붕 등 건축물의 장식으로 사용됐다. 와전에 새겨진 문양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는데, 복을 부르고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염원이나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권위 등 당대의 문화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또, 각 시대의 특징적인 조형미를 드러내 유용한 학술 자료가 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와전에 새겨진 무늬는 200여 개가 넘는다. 이를 다시 식물, 동물, 자연산수, 기물, 문자, 기하, 인물 등 7개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절반 이상이 식물. 그중에서도 전 시대에 걸쳐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건 연꽃무늬다. 이는 불교의 전래와 관계가 깊다. 기와가 쓰였던 곳이 주로 사찰이었고, 삼국 시대에 불교가 공인되고 국가 운영의 사상적 기반이 되면서 궁궐에서도 연화 장식이 폭넓게 수용된 것. 각국의 특징이 녹아드는 통일신라를 거친 연화문은 덩굴풀 무늬 등 다른 문양과 결합되기도 했는데, 조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용을 거치며 우아한 장식미를 이어간다. 오랜 역사만큼 긴 도안화의 과정을 통해 수준 높은 조형미를 보인다.

특히, 연화문이 가장 화려하게 완성된 건 통일신라 시대. 불교에서 이상화한 꽃인 보상화문(寶相華文·모란꽃과 연꽃을 결합시킨 보다 화려한 꽃무늬)이 나타난다. 이 문양의 유행에는 불교뿐 아니라, 당시 중국 당과의 빈번한 문화교류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복잡하면서도 세련된 도안이 특징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