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문의가 늘면서 급매물은 사라지고 호가(呼價) 상승세입니다. 재건축 단지들은 확실하게 오르고 있고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김모(여·41) 대표는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최근 1주일 사이에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였다”며 “부동산 관련 법안 리스크(위험)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호가도 면적대별로 2000만∼3000만 원 올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각종 규제와 경기침체로 주춤세가 계속됐는데 관련 법안 통과로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양천구 목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도 호가이긴 하지만 면적대별로 1000만∼2000만 원 오른 아파트 매물이 눈에 띄었다. 목동신시가지 1, 2단지 88㎡ 매매가는 호가이긴 하지만 지난해 12월보다 2000만 원가량 오른 5억7000만∼5억9000만 원 선이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수직증축 허용 등이 포함된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지난 연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새해 들어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가락동 일대 재건축 단지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노원구 일대는 매매 문의가 늘고 호가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수혜 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는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가운데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일부 좋은 층 매물은 전달에 비해 3000만 원가량 호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개포동 단지 내 상가 공인중개업소 윤모(여·38) 대표는 “부동산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관련 규제들이 풀리면서 실거래 매매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박모(45) 대표도 “올 들어 잠실주공5단지에서 벌써 5건의 거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미계약자가 늘고 문의조차 없었으나 지난주부터 신규 계약자가 잇따르고 있다. SH공사가 분양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아파트의 경우 부동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면서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미계약이 많았으나 9일 현재 대형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팔렸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의 시장 움직임에 대해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다시 냉각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관련 법안 등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정책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시장 과열기인 노무현정부 때 시행된 종합부동산세,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이 그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도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분양권 전매제한 전면 해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부동산 버블(거품)시기에 입법했거나 시행됐던 규제들도 과감하게 풀어야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강승현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