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했던 계사년을 보내고 갑오년을 맞은 부동산 시장에 희망이 부풀고 있습니다.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수직 증축 허용 등 부동산 매수 심리를 살리는 요소들이 국회를 이미 통과한 데다 박근혜 대통령도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밝혔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부동산 규제가 상당부분 풀린 만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지요. 정부도 오는 3월쯤에 부동산 시장 정상화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규제를 완화하고 부양책을 쓴다고 곧바로 오르내리지는 않습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에 따라 급등락하는 주식시장과는 다르지요. 특히 주택시장은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설 때 상승합니다. 반대로 향후 집값이 단기간에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는 분위기에서는 하락세를 지속하지요. 그동안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했던 것은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영향이 큽니다.

그렇다면 올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까요. 부동산 시장을 억눌러 온 규제가 완화되고 정부의 부양 의지가 확고한 만큼 시장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실제 부동산 시장 심리를 위축시켰던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제거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규제 완화가 이뤄진 데다 주택 공급이 대폭 축소됐고, 저리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확대 지원 등도 시행됩니다.

여기에 전셋값 상승도 매매 수요의 기폭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8%나 폭등해 근로자 평균 임금 인상률보다 2배, 저축성 수신금리보다 3배 이상 올랐지요. 무주택 서민들은 전셋값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지요. 서울의 경우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싼 재건축아파트 등을 제외하면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선 아파트가 예상보다 많습니다. 일부 역세권의 경우 전세가율이 90%에 이른 경우도 있지요. 치솟는 전셋값은 올 상반기부터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 전환에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시장 정상화’에 모아져 있습니다. 다만 올해 부동산 시장도 내수 경기와 글로벌 경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부양 의지를 갖고 각종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글로벌 경제와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 부동산 시장도 하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경제 전반을 감안하면서 내집 마련이나 수익형 부동산 투자 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죠. 올해는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돼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라는 말이 사라지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