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과정에서 북한의 국방비가 한국의 34분의 1 수준인 1조 원대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북한보다 34배나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도 전력지수에서 한국군이 열세를 보인다’는 문제 제기로 번졌지만, 전문가들은 “공산주의 체제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해프닝성 논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공산국가의 특성과 관련해 한철용(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정보부대장은 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과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국방비를 액면 그대로 비교할 수 없다”며 “병사 봉급만 비교해도 10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기준으로 북한에서 고임금을 받는 것으로 분류되는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이 130달러(약 13만 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남북한 군인의 인건비 차이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국방비 계산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이 전체 예산을 추정해 계산한 것이지만, 선군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북한의 경우 공식적인 국방예산 외에 당에서 계획한 제2경제(군수경제) 부문과 군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전 소장은 “한국은 국방예산을 통해 군에 투입되는 돈을 산출할 수 있지만 북한은 부대 자체적으로 사업을 통해 사용하는 돈과 당내에서 추진하는 군수사업이 존재한다”며 “집계되지 않은 예산을 감안하면 북한의 국방비가 한국의 34분의 1 수준이라는 분석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을 반영해 군과 정보당국 관계자 및 이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통 북한의 국방비를 8조 원대로 분석한다. 8조 원이라는 액수도 한국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물자를 시장에서 구입하지 않고 무상으로 사용하는 공산권 국가의 특성 등 운영상 효율성도 감안하면 차이는 더 준다.

군 관계자는 “국가 주도로 물자를 관리하는 북한은 특성상 군수물자 생산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며 “한국보다 많은 인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산출효과는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