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서울광장 내 시위단체의 불법 시설물에 대해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는 지난 3일 조례·규칙심의회를 열어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일부개정안 등 조례안 49건 등을 심의·의결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시의회 이지현(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일부 불법시위 단체들의 서울광장 무단점유가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 서울시장이 불법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또 이 같은 시장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시설물을 철거조치하고 그 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서울광장이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의 진행이라는 당초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최근 잇단 정치적 집회로 인해 다수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불법 시설물이 그대로 방치돼 시민들의 보행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례개정안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개정안에는 불법시설물 철거에 대해 ‘서울시장이 이를 철거해야 한다’가 아닌 ‘철거할 수 있다’는 표현을 담았다. 불법시설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강행규정으로 못박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민주당이 서울광장을 96일간 신고없이 무단점유했을 당시에도 시는 행정대집행의 근거 규정이 있었음에도 과태료만 부과했을 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민주당의 불법시설물을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서울광장이 정치적 집회·시위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으로 변질돼 버렸다”며 “불법시설물을 적시에 철거할 수 있도록 해 공익성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조례 등 행정집행 근거를 구체적 내용없이 모호하게 해놓을 경우 시장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시 공무원은 시장의 눈치를 보며 행정집행이 미뤄지는 악순환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