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평양 재건사업’은 노동당 간부들의 비자금 착복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오는 2014년 주택·체육관·거리 미화사업 등 평양 재건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건설사업을 장사꾼의 충성서약을 악용해 축재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또 북한 당국이 평양에 대대적인 건설사업을 통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후 어수선해진 민심을 잡고, 대내외적으로는 외자유치 성과를 내세우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올해 핵심 사업으로 김일성·김정일 영생탑 3200개 건립, 모자이크 벽화 400여 개 설치작업, 평양 만수대 23m 부자 대형 동상 건립 등을 내세웠다면, 내년도에는 평양 대단위 주택단지 건설, 평양체육관·공항 리모델링 작업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건설에 드는 대규모 자금을 불법으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통해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에서는 건설자금을 불법상인들에게서 거둬들이고, 상인들은 이를 ‘충성의 증거’로 활용한다”며 “상인들은 건설사업 과정에 돈을 내는 것을 일종의 면죄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에게 거둬들이는 자금 중 상당수는 당 간부들이 착복한다는 것이 북한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2013년에 추진한 김정은 일가의 우상화를 위한 사업 역시 이처럼 북한 간부들의 비자금 조성 통로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 10만 호 건설사업은 평양시 형제산구역 하당동과 중당동, 석전동 일대에 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었으나, 10만 호 중 3만 호만 건설된 뒤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당국은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관련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평양의 건설사업 등을 통해 민심을 추스르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업적으로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대부분의 주택이 1970년대 지어져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건설사업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정권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건설사업은 북한 당국이 사회적 관심을 경제 분야로 돌리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 연구위원은 “북한의 건설사업은 정치·경제적으로 파급력이 크다”며 “2014년에는 군사 분야와 함께 경제적인 부문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은 최근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평양체육관과 능라인민유원지 유희장 등을 시찰한 자리에서 “새로운 건설의 전성기가 펼쳐지고 있는 속에 역사가 있는 평양체육관이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훌륭히 개건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