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1월 29일 양강도 삼지연 백두산 지역의 한 별장에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실행계획을 세운 뒤 이 계획을 측근들에게 지시했으며, 다음 날인 30일 장 부위원장이 맡고 있는 8개 직위를 모두 박탈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른바 장성택 제거 혹은 거세와 관련한 이 같은 ‘백두산대책회의’는 국가정보원이 장 부위원장의 측근 세력에 대한 공개처형이 집행된 시점이 11월 하순이라고 밝힌 직후에 이뤄진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장 부위원장에 대한 실질적인 거세가 11월 30일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박태성·홍영칠 부부장 등 김 제1위원장의 핵심 측근들이 모두 참석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참석했다. 장 부위원장의 측근 2명을 처형하기 앞서 지난 11월 20일 김 제1위원장이 20년 만에 ‘2차 보위일꾼대회’를 개최한 것도 일련의 흐름선상에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주체혁명위업 수행의 역사적 전환기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 보위사업을 더욱 개선·강화하자’라는 제목의 서한을 전달했다.

김 제1위원장이 백두산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이 북한 권력 내부의 균열을 감지하고 치밀한 실행계획에 따라 움직였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일 ‘김정은 집권 2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장성택의 김정은 제거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고 연구위원은 “장성택과 그의 세력들이 향후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이 정책적 과오를 범하거나 국가가 더 큰 혼란에 빠질 경우, 김정은이 자신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김정은을 제거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장 부위원장 실각과정의 막전막후를 김원홍 부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원홍은 올해 간부들의 비리 혐의를 잡아 장성택의 입지를 좁히는 데 주도하면서 권력을 단단히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일 국정원은 올해 국가안전보위부가 장성택 심복에 대한 비리 혐의를 내사하면서 장성택이 공개활동을 자제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원홍은 11월 20일 김 제1위원장과 함께 보위일꾼대회에 참석한 뒤 최근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에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내부 단속 차원의 ‘공안통치’를 이어가는 동안 그의 위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