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도시란 어떤 곳이죠? 또 도시 안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아는 사람?”(남수미 농심 과장) “건물이랑 사람들이 많은 곳이오∼ 경찰이랑 소방관, 의사, 음식점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3학년 1반 학생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대영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 이날 어린이경제교육 교사로 나선 남수미(여·34) 농심 과장이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이같이 질문을 던지자 20여 명의 반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손을 들며 저마다 답변을 외쳐댔다. 수업시간 전만 해도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학생들은 수업종이 울리자 예상외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반짝이며 수업에 흥미를 보였다. “도시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농업지역 등 다양한 지역 형태로 구성돼 있어요. 여러분, 상상력을 발휘해서 교재에 나온 그림이 각각 어떤 지역을 나타내는지 맞혀보고 예쁘게 색칠도 해보세요.”

남 과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스스로 고민해보고 문제의 정답을 곧잘 찾아냈다. 색연필을 이용해 알록달록하게 칠한 그림을 짝끼리 서로 비교해보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은행, 주유소, 대형마트, 공장 등의 종이 건물모형을 만들어보고 해당되는 지역에 설치해 직접 도시를 꾸며보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마치 ‘놀이’처럼 경제교육을 진행하자 40분의 수업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수업에 참여한 강민주(9) 양은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선생님께서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셔서 기분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수업을 참관한 배현진(여·24) 담임 교사는 “수업 타이틀이 경제교육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들 수준에 맞는 언어로 필요한 내용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농심이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경제교육이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어린이들에게 건전한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주목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로 10년째 어린이 경제교육을 진행, 참여 학생만 1만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교육엔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해외사업 등 다양한 농심의 사업영역에서 일해온 임직원들이 직접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강의국 농심 상무는 “어린이 경제교육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주는 동시에 임직원들도 봉사활동의 보람과 필요성을 깨닫는 지식나눔활동”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직원들이 경제교육을 한다고 하면, 일방적인 회사 홍보나 상품 설명 혹은 친기업적인 사고만 심어줄 거라고 오해할 수 있다. 농심은 이 점을 가장 경계했기에, 교육을 시작하면서부터 국제 비영리 경제교육 기관인 JA(Junior Achievement)코리아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경제개념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프로그램 중 초등학교 4학년 과정은 ‘우리 지역’을 주제로 상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자원에 대해 알아보고, 피자가게 운영 게임을 통해 수입과 지출에 관한 개념을 심어주도록 구성돼 있다. 농심의 어린이 경제교육이 10년을 맞이하다보니, 예전엔 학생으로서 수업을 들었던 제자가 이제는 대학생이 돼서 대학생 경제 교사로 참여하는 사례도 생겼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이지원(20) 씨는 “이제 직접 초등학생들을 가르쳐보니 예전 직장인 선생님이셨던 손근학 홍보기획팀장께서 왜 그렇게 수업시간 중간중간에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셨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농심은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학교 현장을 찾아 경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대영초등학교 29학급 67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29명의 경제 교사들이 나서서 나름의 노하우로 경제교육을 펼치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