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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역사교육이 엉성했던 게 가장 큰 문제다. 메이지(明治)시대까지 가르치고 근현대사에 대해선 침묵했다. 그러니 일본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나. 역사 교육의 부재가 오늘날 역사인식과 외교 능력이 미성숙한 정치인들을 양산했다.”

역사학자 미타니 히로시(三谷博·62·사진) 도쿄(東京)대 교수가 최근 냉각된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인식이 결여된 일본 정치인들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중·일, 특히 한·일 학자들 간의 역사문화적 학술교류는 매우 우호적”이라며 “문제는 정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근세·근대사를 주로 연구한 미타니 교수는 일본 내 중도 보수에 가까운 역사학자로 꼽힌다. 저서로는 ‘역사 교과서 문제’ ‘메이지유신과 내셔널리즘’ ‘동아시아의 공론형성’ 등이 있다. 미타니 교수를 최근 도쿄 코마바(駒場)캠퍼스 총합문화연구과 연구실에서 만났다.

―일련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를 들여다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교육마저 우경화하려 드는 것 같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정치가들 중에서도 ‘우익 중 우익’이다. 대놓고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지지한다. 기시 노부스케(岸信介·패전과 동시에 A급 전범으로 몰렸으나 1948년 석방됐다)의 외손자 아닌가. 이 ‘정치 패밀리’의 문제가 국가의 문제로, 또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을 역사 교육의 부재 탓이라고 했는데, 전후 역사 교육은 무엇이 잘못되었나.

“전후 역사 교육은 전전(戰前)의 모든 것을 부정했다. 황국사관(천황을 신격화하는 것)을 포함해서. 그건 전전의 일본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데, 그러면서 일본이 주변 국에 잘못한 사실까지 침묵하는 꼴이 됐다.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했고, 전후 세대는 침략 등 일본의 가해 행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됐다. 종종 터지는 자민당의 망언이 그 방증이다.”

―조용하다가 꼭 한 번씩 정치인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혹은 과거사 관련 망언이 터진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잘못된 역사인식이 빚어낸 외교 미숙 행위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한참 중국과 잘 지내다가 야스쿠니에 가면서 문제를 만들었다. 진정 정치를 ‘잘 아는’ 정치인은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내 주류 역사학자들은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반대한다. 정교 분리의 원칙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천황조차 특정 신사에 갈 수 없게 돼 있다. 전범 명부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쿄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