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는 예산과 결산 늑장·졸속 심사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번 주 지난해 결산안 심사를 완료하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결산 심사는 이미 법정기일을 넘긴 지 90일에 가까워지고 있고, 내년도 예산 심사 법정시한은 7일 앞으로 다가왔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결특위는 이날 오전 결산심사소위원회를 다시 열었다. 민주당이 지난 11일 대선개입 의혹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며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국회일정을 전면거부하겠다고 밝힌 후, 예·결산 심사도 함께 중단된 지 14일 만이다. 예결특위는 아직 끝나지 않은 기획재정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결산심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통과돼도 국회법상 처리했어야 할 시점(8월 31일)을 90일 넘긴 셈이다. 그간 비공식적으로 상임위원회별 결산 심사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예결특위가 파행을 거듭한 탓에 제대로 진행됐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더 큰 문제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다. 법정기일이 7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까닭이다. 예결특위는 26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재정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일부 상임위가 예산안을 상정하면서 예비심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상임위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더라도 예결특위 차원의 본심사, 감액·증액 심사 일정까지 감안하면 3∼4주 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에 법정시한 준수는 이미 물건너갔다. 헌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 심사는 12월 2일까지 마쳐야 한다. 특히 여야가 특검 도입, 감사원장·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두고 강대강 대치국면을 이어가면서 향후 예결특위 일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곳곳에 산재한 돌출변수 탓에 준예산 편성에 대한 위기감은 좀처럼 가라앉고 있지 않다. 준예산이란 정부 예산안이 연내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정부가 제한된 범위에서 전년도 예산에 준해 배정하는 예산으로 지금까지 편성 전례는 없다. 준예산 체제가 되면 신규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일자리 창출 및 복지예산 지원이 일제히 끊길 수 있어 사회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어마어마할 전망이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