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목표를 달성한 나라들을 분석한 결과, 노동유연성 제고와 정책 일관성 유지가 관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목표를 세운 박근혜정부의 정책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용률이 5년 내 5%포인트 이상 상승해 70%를 넘어선 나라는 4개국으로 나타났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다. 이들 나라는 국가 재정과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 경제·노동제도의 개혁을 추진해 고용률 70%를 단기간 내 달성했다.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합리적 노사 관계 구축, 조세제도 개편, 사회보험 체계 개편, 사회 안전망 확대 등을 공통적으로 구사했다.

독일은 1980∼90년대 노동 경직성이 심화하고 복지 재정 부담이 커졌다. 이에 2003년 진보 성향의 게르하르트 슈뢰더(사회민주당) 전 총리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사회복지 혜택 축소 등을 담은 ‘어젠다 2010’을 추진했다. 이후 2005년에 들어선 중도 보수인 앙겔라 메르켈(기독민주당) 총리가 이를 계승했다. 정권 교체 당시 실업자가 457만 명(실업률 11.2%)에 달하는 등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실효성 논쟁이 일었지만 정책 일관성이 유지됐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재정 적자 확대, 노사 갈등 등으로 ‘네덜란드 병’을 앓았다. 1982년 집권한 루드 루버스 전 총리는 정부와 노사 대표 간의 사회 협약을 통한 경제 개혁을 모색했다.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개입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으며 ‘바세나르협약’ 체결을 유도했다. 근로자들의 반발에도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강행한 루버스 내각은 1994년 총선에 패배했다.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추진해 온 고용 정책 방향은 이와 정반대다. 정년연장 의무화, 경영 성과금 등 비정규직 차별 금지, 공공부문 청년 고용 의무 할당제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는 제도가 이미 도입됐다. 현재도 국회에는 근로시간 단축, 해고 요건 강화 등 노동시장 규제 강화를 담은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