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서 13일 오전 현재까지 교민 중 23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초 피해지역과 인근에 거주하는 교민이 33명으로 파악됐다가 등록 확인 및 추가 신고로 교민수가 55명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연락이 끊긴 교민도 이같이 늘었다. 정부는 필리핀 정부에 500만 달러 지원과 함께 신속대응팀을 현장에 파견해 긴급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본격적으로 교민들의 안전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식량과 식수 텐트 담요 발전기 등 각종 구호물품도 보내기로 하고 군 항공기 두 대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40명 규모의 긴급구호대는 필리핀 정부의 승인이 나는 대로 현지로 출발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필리핀에서 발이 묶였던 한국여행객 1000여 명이 특별기 등을 통해 대부분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사상 최악의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위한 구호자금 규모를 약 3억100만 달러(약 3228억 원)로 추정하고 회원국들에 지원을 호소했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국장은 12일 필리핀 마닐라 기자회견에서 촌각을 다투는 구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6개월간 필리핀 이재민 구호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약 3억1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엔은 하이옌으로 인한 피해자 규모를 약 1130만 명, 이재민은 약 67만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최소 수만 명이 부상했고, 사망자도 최소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옌 이재민 구호를 위해 미국은 약 2000만 달러, 영국 약 1580만 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일본이 각각 1000만 달러, 호주가 94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17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 정부는 5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지 인명 피해 상황과 관련,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언론에 알려진 1만 명의 사망자 수는 지나치게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사망자) 추정치는 약 2000명이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언론이 보도한 1만 명이라는 숫자는 지나치게 많고 감정을 자극하는 과장이 개입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필리핀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히고 생필품과 관련 서비스 등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긴급 복구비를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 모두가 냉정을 되찾고 상호 협력하길 바란다”면서 “이를 통해서만이 이번 참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