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노동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의 법원판결과 관련해 일본 재계에서 “한국 사법부가 여론에 휘둘려 판단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사법제도의 안정은 비즈니스의 기본”이라며 “사법 판단이 여론에 휘둘리는 것은 한국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린다”는 일본 기업의 법무 담당 임원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본 재계가 사실상 한국을 법의 논리가 지배하지 않는 국가로 간주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앞서 게이단렌(經團連), 일본 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경제 3단체와 일한경제협회는 6일 오후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청구권 문제는 앞으로의 대한국 투자와 사업 전개를 하는 데 장애가 될 우려가 있고 나아가 일·한 양국 간의 무역투자 관계가 냉각되는 등 양호한 일·한 경제관계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제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일본 재계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앞두고 투자를 볼모로 삼아 한국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배상 판결을 받은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배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배상에 나설 경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배상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상충되는 데다, 법률적 근거가 없어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무네오카 쇼지(宗岡正二) 신일철주금 회장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지출을 하면 주주대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에서 배상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기업들이 배상할 필요가 없고,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본이 지급한 5억 달러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관된 입장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