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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시장이 ‘다차종 소량 판매’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완성차 모델 수는 43.6%(17개)가 늘었고, 수입차는 136.2%(256개)나 증가했다. 그러나 자동차(트럭 등 상용차 제외) 전체 판매량은 정체되면서 모델 간 판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10년간 차종 변천사는 인간사 못지않게 부침과 굴곡의 역사였다. 올해는 경기 침체로 판매가 감소한데다 판매 차종이 증가함에 따라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카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 출시한 모델은 모두 39개(세부 모델 제외)였다. 현대자동차 13개, 기아자동차 11개, 한국지엠 7개, 쌍용자동차 6개, 르노삼성자동차 2개 등이다.

2013년 11월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가 판매 중인 모델수는 모두 56개로, 2003년과 비교해 43.6%가 늘어났다. 현대차 16개, 기아차 16개, 한국지엠 13개, 쌍용차 6개, 르노삼성차 5개 등이다. 중국과 미국의 차량 판매 모델 수는 각각 369개, 258개에 달한다.

현대차 가운데 10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생존한 모델은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에쿠스 등 5개에 불과하다. 반면 트라제 등 8개 모델은 사라지거나 이름이 바뀐 채 후속 모델로 변경됐다. 기아차는 11개 모델 중 올해까지 남아있는 모델은 카렌스, 카니발, 쏘렌토 등 3개뿐이다.

2011년 3월 대우지엠에서 쉐보레로 브랜드가 바뀐 한국지엠의 경우 2003년 모델 7개 전체가 사라지게 됐다. 올해까지 남아 있던 라보와 다마스 등 경상용차가 연말 단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2003년 SM3와 SM5 등 2개 모델에서 SM7과 QM5, SM3 전기차 등이 추가됐다. 쌍용차는 무쏘와 이스타나가 사라졌지만 코란도 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가 보강되면서 전체 라인업 수를 유지했다.

2003년 39개 모델 가운데 올해까지 생존한 모델은 15개(38.5%)에 불과하다. 차급별로는 소형차는 6개로 같지만 대형차는 5개에서 12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10개에서 15개로 증가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레저 등 야외활동이 증가한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와 K5 등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고 스파크, 레이, SM3 등에 전기차가 보강되는 등 친환경 차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수입차는 2003년 188개 모델(세부 모델 포함)에서 2013년에는 444개로 크게 늘어났다. 브랜드의 수도 16개에서 같은 기간 25개로 56.3%나 증가했다.

수입차 판매 1위 BMW는 모델수가 24개에서 78개로 가장 많이 늘었다. BMW 판매량도 2003년 5438대에서 2012년에는 8만3578대로, 15배로 늘어났다. 2003년 판매 2위였던 렉서스는 3774대에서 지난해에는 4976대로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2003년 1만9481대에서 2012년에는 13만858대로 6.7배로 증가했다. 수입차 판매량은 2009년 6만993대에서 2010년 9만562대로 급증한 뒤 2011년 10만 대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3만 대를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전년대비 30%가량 판매가 증가하는 등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지역 편중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 판매 비중은 54.3%였으나, 지난해에는 63.9%로 9.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차 판매 비중은 16.3%에서 7.4%로 반 토막났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휘청이면서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모델 증가는 그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늘어난다는 점에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국내 완성차나 수입차에서 브랜드별 쏠림 현상이 심한 것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