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등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이 올해 국정감사를 정쟁국감으로 이끌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감 2라운드’ 성격으로 진행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결산심사에서도 또다시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이어 연출되고 있다.

국무총리를 발언대로 불러내 질문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벌세우기식 모욕을 주거나 국무위원들에게 막무가내식으로 호통을 치는 것은 기본이고, 자제력을 잃고 상대당을 자극하는 막말까지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쏟아내는데 아까운 질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까지 불사해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유대운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이 오자 “박진감이 좀 없어 보인다”며 정홍원 국무총리를 회의장 중앙 발언대로 불러 세웠다. 그동안 예결위 전체회의에선 질의를 하는 의원들과 답변을 하는 국무위원들은 항상 자리에 앉아서 문답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앉아서 질의를 하던 유 의원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총리는 그 자리에 서 계시고 부총리가 (앉아서)답하라”면서 정 총리를 그 자리에 세워뒀다. 정 총리는 5분 이상 아무 질의도 받지 못한 채 멀뚱히 서 있어야 했다. 이에 이군현 예결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지하려고 하자 유 의원은 막무가내로 “가만히 계시라. 눈을 맞추면서 질의해야겠다”면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까지 발언대에 세웠다.

지난 5일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의 돌발성 발언으로 여야가 충돌했다. 윤 의원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정치에 개입한 군인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군이 이렇게 나와도 되느냐”라고 말한 것이다. 윤 의원이 언급한 ‘정치에 개입한 군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군인의 딸’은 박 대통령을 각각 지칭한 것으로 불필요한 막말성 질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번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에 이어 또다시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이고 모독을 행한 것”이라며 “윤호중 의원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대해 ‘비아냥’에 가까운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전 국민에게 사과하고, 민주당은 ‘막말 퍼레이드’를 일삼는 의원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국민 혈세’의 적절한 사용 여부를 심사하는 이번 예결위 회의에선 지역구 민원만 쏟아내는 의원들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전 동구가 지역구인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5일 질의에서 “충청 지역 국회의원수를 늘려달라”, “대전 철로변 정비사업 지원금을 올려달라” 등 충청 지역 민원만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