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북핵협상 재개를 둘러싼 ‘제2라운드’ 협의가 상당히 무르익어가는 분위기다.

한·미는 4∼5일 이틀에 걸친 9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을 통해 이견을 일단 해소하면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간 분위기다. 이 자리에서 한·미 간에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6자회담 재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 점에서 대화 재개의 갈길은 험난해 보인다. 다만 한·미·중 3자간 협상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5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이 관계자는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대화를 하면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막을 수 있는 최대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한·미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미가 이전까지 북한에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중지)▲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포함한 핵개발 중단▲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등을 합의한 ‘2·29 북·미 합의’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완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관계자가 밝힌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에 대한 신뢰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방점이 더 찍힌 것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최근 미국을 방문, 제시한 중재안은 아직은 한·미가 흡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도 중국이 중재안을 가져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만큼이 아니며, 내용으로 볼 때는 상당히 서로간에 조율해야 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 대 북·중 간 방점 차이도 여전히 적지 않다. 한·미는 북한과의 입장차 사이에 ‘중간점’이 아니라 확실히 비핵화 방향에 더 강조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를 염두에 두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합리적 대화 문턱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기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핵협상 재개 여부는 북한이 얼마나 한·미 요구를 수용하느냐에 달렸으며, 북측 입장은 4일부터 평양에 머물고 있는 우다웨이 대표의 방북 협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