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을 배려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장애인차량 표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악용해 혜택을 누리는 일반인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지난 2010∼2012년 사이 서울과 경기 지역 장애인차량 표지 발급·반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은 8만4322건의 전체 발급건수 중 재발급 비율이 57.7%, 경기는 12만6821건 중 재발급 비율이 6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장애인차량 표지 지급대상인 보행상 장애기준 범위 내의 장애인 수는 서울의 경우 지난 2010년 34만8883명에서 2012년 33만9208명으로 감소했으며 경기는 같은 기간 41만5326명에서 41만796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장애인차량 표지 사용자가 분실, 훼손, 유효기간 만료 등을 이유로 표지를 재발급받는 경우 기존 표지를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년 수만 건의 장애인차량 표지가 재발급되고 있음에도 기존 표지 반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경우 지난 3년간 2768건의 재발급이 이뤄졌지만 기존 표지 반납은 485건에 그쳐 반납률이 17.5%에 불과했으며 금천구도 기존 표지 반납률이 19.8%에 불과했다.

그나마 광진·노원·서초구 등 15개 자치구는 기존 표지 반납 혹은 미반납 관련 집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경기 지역에서도 장애인차량 표지 미반납 및 분실 수치가 관리되는 수원시 등 17개 시·군에서만 지난 3년간 7779개의 장애인차량 표지가 미반납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장애인차량 표지 재발급 과정에서 미반납된 상당수 표지가 일반인 이용자의 손으로 넘어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차량 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이용할 경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이용은 물론 차량 10부제 적용 제외,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미반납된 장애인차량 표지를 이용해 얌체 일반인 운전자들이 위법적으로 이 같은 혜택을 누릴 경우 장애인들의 권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어 지자체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바른사회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업무 편의와 민원인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선발급, 후반납 관행이 유지되는 등 허술한 관리 탓에 장애인차량 표지의 불법사용 및 위조 행위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