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 피해를 양산한 동양그룹 사태는 부실 계열사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불완전 판매’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양그룹 사태, 금융감독 제도의 문제인가, 운용의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패널로 나선 오정근(경제학) 고려대 교수는 “문제는 금융당국이 CP 불완전 판매나 사기 발행을 보다 철저한 감독과 검사를 통해 사전에 방지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없었는가 하는 점”이라며 “적절한 규제와 규제의 적기 시행, 선제적 감독과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동양그룹 사태는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감독당국이 선의의 투자자를 속여 부실주택담보대출증권을 판매한 JP모건에 14조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것은 이번 사태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주선(법학) 강남대 교수는 “금융기관의 불완전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CP 발행 제도에 대한 개선과 제2금융권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모(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동양 사태는 근본적으로 경기 악화가 핵심 원인이고, CP 등 시장성 부채가 전체의 62.3%에 달한 상황에서 시장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했다”며 “투자자보호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CP 발행은 시장 규율이 작동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의 정확한 재무 상황 등에 대한 공시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패널들은 또 다른 동양 사태 예방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금산분리 강화 방안은 동양 사태와 무관하며 오히려 기업의 경영권 방어 능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보유 주식 의결권 제한 등을 담은 금산분리안은 제2금융권을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어 관치금융이 더욱 확산될 수 있고,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도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