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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잘하고 있는 정책으로 외교정책이 꼽혔지만, 최근 일본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보다 더 단호한 정부의 대처를 주문하는 응답이 대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일본의 우경화가 핵무기 개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의견도 과반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가 최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범위를 ‘무력을 동반하지 않는 해외에서의 동맹국 군수지원에 한정한다’는 가이드 라인을 사실상 정해 놓고도 주변국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 결과, ‘일본에 대한 외교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일본의 우경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좀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은 69.8%로 나타났다. ‘안보 및 경제협력 관계 등을 고려해 좀더 대화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28.9%에 불과했다. 단호한 대처 주문은 특히 30대(77.9%)·40대(77.2%) 연령층과 국정운영 부정평가층(75.4%)에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는 민주당 지지층(73.1%)이 새누리당 지지층(64.3%)보다 높았다. 최근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 ‘제한적 용인’ 혹은 ‘조건부 용인’이라는 내부 입장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여러 이유를 들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비판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군사 대국화 움직임이 핵무기 개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도 응답자의 과반인 54.8%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9%였다. 특히 40대에서 동의 응답이 67.9%로 가장 높았다. 20대에서는 동의, 비동의 응답이 48.1%로 같았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비동의 응답(44.2%)이 동의 응답(39.6%)보다 높았다. 지지정당별로는 특히 통합진보당 지지자 가운데 71.2%가, 정의당 지지자는 76.3%가 일본의 핵무기 개발가능성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지지자의 51.7%, 민주당 지지자의 59.0%가 동의한 것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가 이같이 높은 것은 전범국(戰犯國)인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의 침략 역사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은 채 자국 이익만을 앞세우는 행태를 보이는 데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토·영해주권 확보를 위해 전력 증강을 급속히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핵무기 개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경계심리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