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책’이 아닌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국감 전에는 민생국감을 하겠다고 공언하더니 막상 국감이 시작되자 복수의 상임위원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의 해묵은 의제들을 다시 꺼내들어 결론도 나지 않을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작된 올해 국감이 중반을 지난 가운데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올 국감 단골 소재는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과 ‘4대강 사업’ 등이 부각됐다. 이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계속됐던 사안들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기싸움을 벌인 지도 거의 1년째다. 특히 상임위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상임위가 같은 주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여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등이 달려들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되면서 여야 간 날선 공방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두고는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맞붙었다.

여야는 그러면서도 정책국감을 했다고 자화자찬하거나 정쟁국감에 대해 상대 탓만 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쪽잠 자며 국감을 준비한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서 민주당 지지도도 상승국면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고장난 시계는 여전히 지난해 대선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호(정치외교학) 인하대 교수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국정감사,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의원들의 중복 발언과 지적, 호통치기, 부실 감사 등으로 정책감사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