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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오히려 중소·중견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경제민주화의 역설’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물류 시장이 덤핑 경쟁으로 물들고 있는 배경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여파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외 매출 비중을 10% 미만에서 4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중소·중견 전문업체들이 개척해온 공단 등까지 영업 공세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중소·중견 물류업체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의식해 내놓는 일감은 중소·중견 전문업체가 아니라 외국계 기업들이 독식하면서 중소·중견 전문업체들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광고 시장으로, 중소·중견 전문업계가 외국계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LG생활건강 계열의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은 최근 LG그룹 계열 광고사인 HS애드 대신 일본 덴츠와 국내 보광의 합작사인 휘닉스커뮤니케이션을 선택했다.

SK에너지도 최근 주유소 TV 광고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2006년 외국계인 미국계 광고회사 오길비앤매더에 넘어간 금강오길비를 대행사로 선정했고, SK텔레콤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광고물량은 미국 종합광고대행사인 TBWA가 가져갔다. 제일기획이 맡고 있던 삼성화재 자녀보험 TV 광고물량 역시 TBWA로 넘어갔다.

심지어 중소·중견 전문업체 육성을 위해 대기업 시장 진입을 봉쇄하기 시작한 공공 시장도 외국계의 손에 넘어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오는 12월 입주하는 정부세종청사 내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 등 중앙부처의 구내식당 위탁운영자로 미국에 본사를 둔 아라코를 선정했다.

이번 입찰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3월 중소·중견 급식업체 지원 정책으로 286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 대기업 계열사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방침에 따라 상호출자가 제한된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인 삼성에버랜드·현대그린푸드·신세계푸드·CJ프레시웨이 등의 참여가 배제된 가운데 진행됐다.

아라코는 연매출 15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 정부의 자국 내 대기업 규제로 현재 다산콜센터점과 신용보증기관, 국립환경과학원 등 기존 국내 기업이 운영하던 공공기관 급식시장을 차례로 잠식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1년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중소·중견기업의 세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태호(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자의 98.5%가 중소·중견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관범·노기섭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