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지예산 증가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올해 절반 이상의 광역시·도의회의 의정비가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의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된 서울시의회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6250만 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으면서도 내년 예산안 의결 등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의장 공석’과 관련, 갈등을 겪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김기선(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9개 지자체에서 올해 지방의원 의정비를 인상했다. 서울시의회가 2.50% 인상된 6250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1.50% 올린 경기도(6162만 원)가 뒤를 이었다. 인천(5951만 원), 부산(5728만 원), 대전(3.92% 인상·5724만 원), 대구(3.30% 인상·5580만 원), 울산(5538만 원), 충남(5352만 원), 경남(2.00% 인상·5265만 원), 경북(5215만 원), 광주(2.50% 인상·5084만 원) 순이었다. 전남은 가장 큰 폭인 7.00% 인상된 5080만 원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242회 정례회에서 재석의원 58명 중 찬성 53명, 기권 5명으로 올해 의정비를 인상하는 ‘서울시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의회는 4.9% 인상안을 서울시에 올렸지만 학계, 법조계, 교육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는 주민여론조사에서 이 인상률에 대해 75.4%(1000명 중 754명)가 ‘높다’는 부정적 의견을 보이자 절반으로 줄였다.

이에 대해 신종익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봉사직으로 출발한 지방의회 의원들이 처음에는 수당으로 의정활동비를 달라더니 이제는 아예 월급 형태로 받고 있다”며 “의정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비리까지 저지르면서도 잇속만 챙기려는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의장 공석 사태로 갈등을 겪고 있어 예산안 의결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의회 새누리당은 김명수(민주당) 의장의 자진사퇴와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의원 114석 중 77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대행체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서울시 재건축 심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철거회사 다원그룹의 이금열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일 수원지검에 구속됐다.

수원지검은 9일로 만료된 김 의장의 구속 시한을 한 차례 연장해 19일까지 조사하고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