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집권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준비했지만 북한이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이 재개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주먹을 쥐어보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적인 대북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군축이니셔티브와 21세기 안보·정보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표적 군축 비확산 전문가다. 1947년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프린스턴대에서 공공정책 및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았다.

1972년 미 행정부 산하의 군비통제 및 군축국(ACDA)에 근무하며 비확산 문제에 관여하기 시작, 1984년 미·소전략무기 감축협상 때 ACDA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

1986년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에 들어가 정치·군사 담당 부차관보와 비확산 담당 차관보로 활동했다. 그는 빌 클린턴 2기 행정부 말기 한미미사일협상, 북미미사일협상 미국측 수석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협상에서 우리나라 미사일 사거리가 180㎞에서 300㎞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한·미동맹 중시론 덕분이었다는 외교가 해석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에는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으로 활동했고, 버락 오바마 1기행정부 때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으로 복귀했다. 그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미국측 수석대표로 활동하며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으로서 북한·이란 제재시스템도 구축했다.

세상을 떠난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와 더불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저서로 ‘힘의 협상-미·소군축협상의 레버리지’(1984), 공저서로 ‘핵의 티핑포인트’ 등이 있다.

40여년간 국무부 및 싱크탱크에서 비확산 문제를 다뤄온 그는 오페라 애호가로도 정평이 높다. 5일 문화일보 인터뷰 때 리하르트 바그너의 ‘파르지팔’이 한국 최초로 공연 중이라 했더니 “정말 좋은 작품인데 선약 때문에 공연장에 갈 수 없어 아쉽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미숙 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