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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고연비를 무기로 시장에 진출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최근 뛰어난 연비 효율과 고성능을 앞세운 유럽 디젤차에 밀려 국내 시장을 맥없이 내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량 업계의 보다 철저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량 가운데 디젤차의 비중은 62%에 달했고, 누적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 중 절반 이상이 유럽 디젤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동기(1∼9월) 대비 올해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K5 하이브리드’의 판매량 역시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입차 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하이브리드차의 대표주자인 일본 토요타 ‘프리우스’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1∼9월) 대비 약 46%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캠리 하이브리드’의 판매량도 34% 가량 하락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9월 중 수입 디젤차 판매율은 29.7% 증가한 반면 수입 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은 37.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출시 당시 ‘고연비’라는 강점을 내세웠던 하이브리드차가 성능은 물론 소음까지 크게 개선한 수입 디젤차에 비해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면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2000년대 후반 고연비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던 하이브리드차가 고성능 디젤차의 등장으로 강점을 잃게 됐다”면서 “요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단연 고성능 디젤차”라고 말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도 “최근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디젤 차량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차별화 전략이 없으면 하이브리드차가 설 자리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고차업체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시장의 흐름이 고성능 디젤차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