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상환 불가능 알고도 CP 발행 혐의
부인은 대여금고서 금괴 수십억 빼낸 의혹

동양그룹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동양그룹 경영진이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의혹, 계열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전후로 금괴 및 현금을 인출한 의혹 등이 동양증권 노조 등을 중심으로 속속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동양그룹의 CP와 회사채가 불완전 판매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회장이 만기가 도래하는 CP의 상환이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CP를 발행한 것에 대해 금감원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CP는 ㈜동양이 동양시멘트 보유주식을 담보로 지난 7월과 9월에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으로, 모두 1570억 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사기성 CP 발행’ 혐의로 동양그룹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동양증권 대여금고에서 수십억 원대의 금괴를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동양증권 노조는 이 부회장이 지난 1일 오전 수행원 3명과 함께 그룹 본사 2층에 있는 동양증권 대여금고에서 가방 4개에 무언가를 담아 들고 나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동양증권 노조로부터 이 모습이 찍힌 CCTV를 넘겨받아 분석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아울러 지난 9월 29일 이 부회장이 동양증권 계좌에서 현금 6억 원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29일은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날로, 그룹 침몰 직전 오너 일가가 재산을 빼돌리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현 회장, 이 부회장,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회장 지시 등으로 조직적으로 불완전 판매한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온갖 의혹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