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묘한 시점’인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다시 만났다. 한편에선 미국·일본 간의 ‘안보 밀월’이 대중국 포위전략으로 해석되면서 중국을 자극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북한이 박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아 정세에 대한 시 주석의 우려와 관련해 한국은 한·미·일 3국 공조뿐 아니라 한·중 관계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평소 박 대통령의 인식이라는 점에서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발리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아요디아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현안과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담은 지난 3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국방비 증액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지지 선언, 이에 대한 중국의 공개 반발 이후에 이뤄진 것이다. 최근 미·일의 움직임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사일방어(MD) 체계 추진 등과 맞물려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는 대신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미·일 동맹과 한·중 관계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이 지난 6월 말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7시간 30분 동안 만남을 가졌고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에도 오랜 시간 환담하면서 많은 신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현안이 불거진 상황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또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과 관련, 중국 정부의 역할과 협조를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시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중국의 역할론과 관련해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북한이 도발을 일삼던 공세 모드에서 평화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단호한 대북정책이 큰 도움이 됐었다”며 후속 조치에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와 함께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 타결, 양국 관계의 업그레이드 방안 등 폭넓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발리 =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