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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부터 20일간 진행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상임위원회가 기업·경제단체 관계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올해 국감에서 일반인 증인 채택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제도인 국감이 경제계 인사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으로 ‘기업 다루기’의 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국감의 본래 취지가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첫 국감을 실시한 지난해에는 일반인 증인이 301명이었다. 이 중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옛 지식경제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6개 주요 상임위의 증인만 201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기업·민간단체 관계자는 71.7%인 145명이었다.

올해 국감에선 일반인 증인 채택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각 상임위가 경쟁하듯 기업인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갑의 횡포’ 논란, 산업재해 등 경제계 이슈가 많았던 요인이 있지만, 경제 이슈를 정쟁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정무위의 경우 지난 4일 현재 일반인 증인 63명에 대한 국감 출석요구안을 가결했는데, 이 중 기업·민간단체 인사는 59명(94%)에 달한다. 국토위도 4일 70명의 일반인 증인을 채택했고, 이 중 47명이 기업·민간단체 소속이다. 산업위는 7일 전체회의의 최종 확정 절차가 남아 있지만, 지난 4일 회의에선 일반인 증인 101명(기업·민간단체 72명)을 잠정 확정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일반인 증인 32명(기업·민간단체 25명)을 확정했다. 이들 4개 상임위만 합쳐도 기업·민간단체의 증인이 203명이다. 벌써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일반인 증인 301명의 67%를 넘어선 수준이다. 기업 관계자의 증인 채택이 많은 환노위, 복지위, 재정위의 증인 채택 결과가 나오면 지난해 수준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일 기업이 해당 사안마다 복수의 상임위에 출석해야 하는 ‘겹치기 출연’도 예년과 달라진 게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부회장과 사장은 정무위, 부사장은 미방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상임위마다 국감 대상 기관만 구분돼 있을 뿐, 사안별 조정은 되지 않은 탓이다.

전삼현(법학) 숭실대 교수는 “국감 대상은 국가기관이 되는 것이 원칙이고, 정책감사를 벌여야 한다”면서 “일반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감에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기업 골탕먹이기, 창피주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