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의 반성과 대안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냘픈 듯한 목소리와 달리 민주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한 발언이 한 시간 이상 이어졌다. 임정현 기자 theos@munhwa.com

조경태(45) 민주당 의원은 부산의 유일한 3선 야당 의원이다. 여당 텃밭 도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이다. 그동안 그의 이 같은 노력은 잘 드러나지 않거나 과소 평가돼 왔다. 노무현이라는 큰 인물에 가려져 있었던 데다 또 다른 부산의 야당 거물로 부상한 문재인, 안철수 의원 등 때문이다. 그런 조 의원이 요즘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으로 중앙정치에서 숨겨진 ‘정치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들에게 ‘커밍아웃’을 요구하는 등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비판은 당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여든 야든, 친노(친노무현)이든 진보 세력이든, 그에게 비판의 성역은 없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조 의원에게 ‘고고하게 울부짖는 한 마리 늑대’라고 이름 지었다. 그는 왜 울부짖을까. 지역벽을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열망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같은 민주당이지만, 호남에서 줄곧 3선을 한 의원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치열함이 늑대의 포효로 나타나는 셈이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9월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갔을 때, 조 의원은 본회의 참석을 마치고 헐떡이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 있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본회의에도 운동화를 신고 참석한 것이다. 그는 “선수가 높아가도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 운동화 착용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국회의원 선서문을 꺼내들었다. 선서문에는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익을 우선하며…’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조 의원은 헌법준수와 국익우선을 예로 들며, 그것이 민주당의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중도정당이 될 수 있고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처절한 반성이 필요한데, 지금 민주당의 반성이 덜됐다고 조 의원은 지적했다.

―민주당이 박근혜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민주당 스탠스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나.

“국민적 시각에서 봤을 때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비교해 대안정당 모습 측면에선 약간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은 것 같다. 총선과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를 맛봤지 않나. 대선 이후 민주당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결여된 것 같다.”

―김한길 체제가 반성을 토대로 형성된 지도부인데, 반성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초기에는 그런 기류가 있었다. 내부의 반발에 묻히고 반쪽짜리 대선평가 보고서가 나오게 됐다. 처절한 자기반성이 좀 없어져 버렸다는 점에서 지금 김한길 대표 체제가 국민적 마음을 많이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 제명안을 당장 처리해야 한다는 소신은 그대로인가.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라는 게 국가관에 대한 불투명이었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추길 바라면,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여야 없고, 좀 더 명쾌히 정리하고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석기 의원 징계안에 대해서는 새누리당보다 강하고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것이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걸 미적거리는 것은 국민적 오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죠.”

―이미 기소가 됐으니까 1심 판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거죠.

“그렇게 해서 당에 도움이 되면 괜찮은데, 무슨 도움이 되나. 국민들은 단 하루라도 이석기 씨에 대해 의원직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단 하루도 세비를 줄 수 없다는 마음인데. 정치인들, 특히 정당은 국민을 위해서 한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 국민이 바라고 있는, 이석기 문제에 대해서 명쾌히 해야 한다.”

―저번에, 체포동의안 투표 때 커밍아웃하라고 해서 회자됐는데, 그 이후 커밍아웃한 의원이 있나.

“하하하. 제 의견에 반발했던 분들이 자동 커밍아웃 아닌가. 자신이 정치적 신념으로 했다면 반대, 기권이든 스스로 입장 밝히라는 거죠. 왜 반대를 했고, 기권표 던졌는지. 그래야 국민들이 덜 불안하다.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회의원 선서할 때 보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그게 제일 첫 줄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한다는 것이다. 헌법 준수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여든 야든 이석기 제명안에 반대, 기권했던 사람 있다면 커밍아웃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가는 데 부족한 게 뭐라고 보나.

“수권정당으로 가려면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지지층을 넓혀야 한다. 중도 세력과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하다는 것이죠. 우리 쪽에 있는 진영논리에 너무 갇힌 것 아닌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께서 어떤 스탠스를 취했나, 역사적으로 되짚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도 합리적 보수세력까지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민주당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고.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태거든요. 집권 여당에 맡길 게 아니라 파트너로서, 비판은 하되 대안으로 접근해 나간다면 신뢰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조 의원은 기존 민주당 분들과 생각이 많이 다르다. 간판만 민주당이고 내용은 새누리당이다, 이런 비판이 있던데, 본인은 어느 지점에 서 있다고 보나.

“경제 문제에서는 여야가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가치에서 새누리당스럽다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죠. 우리가 말로만 국민 위한다고 하지 말고 국민 관심사가 무엇인지 솔직할 필요가 있다. 당리당략 따라간다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가치는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가져와야 한다. 1996년 정치 시작해서 16년 정도 됐다. 우리나라 경제·사회·문화 상당히 발전했어요. 정치는 거의 변함없다는 생각을 한다. 저를 비롯해서 우리 정치인들이 많이 반성을 해야 한다. 당리당략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누리당 빗대는 것은 어쩌면 잘못된 인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 안보에 대해서 여야가 어딨나, 경제 발전, 국민 잘 먹고 잘 사는데 여야가 어딨나. 그걸 가지고 자꾸만 잣대를 가지고 흑백 논리 적용하는 것은 헌 정치, 낡은 정치라 생각한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비판하는 의원들도 많을 것 같은데.

“3분의 1 정도가 비판적인 것 같고, 3분의 1은 우호적이다. 3분의 1은 중간 정도.”

―우호 의원들이 그렇게 많나.

“그렇다. (이석기 커밍아웃 발언 후) 모 의원은 문자를 보내 저한테 힘내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초선 의원들도 공감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다. 초선 의원 중에서도 같이 만나 차 한잔하면 장외투쟁에 대해 비판적인 의원들이 좀 계신 것 같아요.”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은 어떻게 보나.

“저는 장외투쟁을 반대해왔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의 힘이 세진 상황에서 굳이 장외로 나가서 싸울 필요가 있는가.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당론이 장외투쟁으로 정해져서 따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지만, 원내에서도 충실히 한다고 하니까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본다.”

―지금도 김한길 대표는 전국순회 투쟁을 하고 있는데, 어찌 보나.

“주제가 국가정보원 개혁이었는데 동력을 얻지 못하다 보니까 주제가 약간씩 첨가되고 있다. 초점이 흐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문재인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선배님이시죠. 그리고 초선이시죠.”(평소 문 의원에 비판적이지만, 이날은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민주당은 친노 패권주의를 극복했다고 보나.

“아니,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 잠재돼 있죠.”

―박근혜정부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남북관계, 대외관계 등 외교·안보 부분에서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 서민 경제 너무 어렵다. 돌파구를 찾아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딱히 박근혜 노믹스라고 할까요, 박근혜식 경제가 안 들어온다는 평가가 있다. 우리 경제를 좀 더 활성화시키고, 청년 일자리 문제라든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인사에 대해서도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불통의 이미지를 깰 수 있는 국정운용이 필요하다.”

―정기국회에서 잘하면 민주당 이미지가 나아질까.

“수권정당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종북 정당 이미지 털고 가야 한다. 아무리 다른 것 잘해도 종북 이미지 안고는 폭넓은 지지 어려울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명쾌한 국가관을 가져야 한다. 또 외부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좀 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잘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를 위한 반대, 발목 잡는 정당 이미지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대안 가진 정당, 부드러운 정당 이미지로의 변신이 필요치 않을까. 이러면 또 새누리당 같다고 하나요? 하하하.”

인터뷰=천영식 차장(정치부)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