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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의 눈으로 아내를 본다면 어떻게 느껴질까? 어쩌면 평소엔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면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아내란 존재는 너무 익숙해서 일상에서 조그만 변화 따윈 쉽사리 흘려보내기 일쑤이니 말이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시각’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가. 익숙해서 편한 존재에 대해 굳이 다른 이의 눈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타인의 눈’(사진)은 이 같은 점을 꼬집고 있다. ‘에쿠우스’, ‘아마데우스’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작품인 연극은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소통과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영국 런던의 일류 회계사로서 안정된 삶을 사는 40대 찰스에게는 첫눈에 반해 결혼한 아름답고 어린 아내 벨린다가 있다. 20년에 가까운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그들이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들에게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상류층 문화에 젖어 있는 찰스의 위선과 속물근성에 회의를 느낀 벨린다는 점점 남편과 멀어진다. 말도 붙이지 않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확신한 찰스는 결국 탐정회사에 아내의 감시를 의뢰한다. 그런 어느 날 찰스의 사무실에 나타난 탐정 줄리안은 벨린다가 어떤 멋진 남자를 매일 만나고 있다고 보고한다. 격분한 찰스가 절규하는 시점에 벨린다가 갑자기 사무실로 찾아온다.

급해진 찰스가 탐정 줄리안을 뒷문으로 내보내고 벨린다를 맞는다. 하지만 부부의 설전이 한창 벌어지자 줄리안이 다시 등장한다. 그는 가지 않고, 숨어서 부부 싸움을 엿들었던 것. 마침내 줄리안의 입을 통해 벨린다가 만나온 인물이 드러난다. 과연 벨린다가 사랑한 남자는 누구이며, 두 사람 사이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찰스는 멀어진 벨린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공연시간 1시간 10분의 짤막한 소품이지만 코믹하면서도 깔끔하게 인생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순식간에 관객을 극 속으로 빨아들인다. 예열 시간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임경식 연출, 김동찬·강민호·김수경 출연. 02-3142-2461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