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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사진)가 25일 내놓은 2집 타이틀곡 ‘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듣고 ‘살아있는 감성의 재발견’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잔잔하지만 밀도있게 끌고가는 모던록 풍의 배경 사운드에 얹힌 장범준(보컬, 리더)의 따뜻하면서도 시린 창법은 듣는 이의 오감에 닭살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특히 드럼으로 시작되는 인트로에 받은 인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보컬이 ‘처음엔 사랑이란 게∼’하고 치고 나갈 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1집 수록곡 ‘여수 밤바다’에서 보여준 시린 감성의 흔적이, 그것도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를 안고 재현됐기 때문이다.

1집에서 드러난 버스커버스커표로 각인된 가성의 미학이나 화성적 매력없이도 탄탄한 감동 한 줄기를 안겨줄 줄 아는 신비한 매력은 2집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쉰다. 이 같은 흐름은 타이틀곡보다는 덜하지만, ‘그대 입술이’나 ‘잘할 걸’ 같은 곡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곡들이다. 연주곡 ‘가을밤’을 제외한 수록곡들은 통통 튀는 이들의 멜로디, 더 나아가 일체감이 느껴지는 후렴의 강한 멜로디 라인이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1집이 감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나온 심장이 잉태한 작품이라면, 2집은 구술(口述)로 다듬어진 스토리텔링 기법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수록곡들은 한 음 한 음에 신경쓰지 않고, 마디 자체를 하나의 음으로 인식하며 뭉뚱그려 툭 내뱉는 식이다. 듣는 이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재미’와 ‘맛’을 느낄 법하지만, 듣고 나면 무슨 노래인지, 어떤 멜로디를 기억해낼 수 있는지 수없이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1집의 감성에 몰두한 마니아층들이라면 수십 번씩 듣고서야 ‘조금’ 멜로디를 이해한 뒤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다.

‘내레이션 기법’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는 노래들은 멜로디의 구성이나 흐름, 노트(note·음)의 배열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듯하다. 대신 자신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자유롭게 읊조림으로써, 부분이 아닌 전체로 곡을 이해하는 전략을 폈다. 이는 전에는 좀처럼 듣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멜로디 전개로 대중과 교감한다는 점에서 기존 청취 패턴을 바꾸는 신작로 역할을 하는 신선함이 돋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럭비공 같은 멜로디 배열에 혼란을 느끼는 일반 대중이 얼마나 곡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생길 수 있다. 어떤 면에선 다듬어지지 않은 무형식 전개가 너무 튀는 바람에 신선한 실험보다 무모한 객기로 비칠 측면도 간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수록곡이 ‘친근감’을 갖는 것은 전적으로 편곡 덕분이다. 수록곡 대부분이 우연의 일치처럼 전주, 간주, 후주 등 가창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연주와 리듬 패턴이 묘한 흥분과 매끈한 선율의 묘미를 안겨준다. 이 연주를 뺀 가창은 ‘의미없는 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시원한 여자’나 ‘아름다운 나이’의 전주 패턴은 한눈에 보고 반한 사랑처럼 시선을 확 끈다. ‘밤’의 경우 전주, 간주의 리듬 패턴은 멜로디의 선연한 자국이 부족해도 용서가 될 만큼 감각적이다. 이들의 수록곡은 현재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1집을 너무 사랑했던 많은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따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맛본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특이한 화법의 2집이 화제성을 넘어 대중성까지 폭넓게 흡수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