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임정현 기자 theos@munhwa.com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도 자신의 변호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많게는 하루 8시간씩 접견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권이나 공안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이 의원이 수사단계에서 죄질의 경중을 다투는 것을 포기하고,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작 등을 주장하는 등 이른바 ‘공판투쟁’ 전략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판투쟁이란 ‘일심회’ ‘왕재산’ 등 북과 연계된 굵직한 공안사건에서 피의자들이 수사당국의 조사과정에선 묵비권으로 일관하다 법정에 들어가서 증거조작이나 불법·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재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는 투쟁방식이다.

25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국회의원 이석기의 변호인 접견 현황(9월 14일 기준)’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5일 구속된 이후 6일부터 14일까지 9일 동안 하루에 한두 차례씩 모두 11차례나 자신의 변호인을 별도 접견하거나 조사 시 입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28일 국정원의 공개수사가 시작되자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작 구속수감된 후에는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법무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의원은 6일(10:15∼16:50), 7일(09:05∼16:08), 8일(09:15∼15:55), 9일(09:40∼17:30), 10일(09:20∼16:00), 11일(09:30∼14:02, 14:41∼17:10) 등 하루에 6∼8시간씩 변호인을 입회 형식으로 접견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수원구치소에서 이정희 통진당 대표를 2시간 가량 접견했으며, 검찰로 송치된 13일과 14일에도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각각 한 차례씩 변호인을 만났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적법한 수사 집행은 불법 운운하면서도 묵비권과 변호인 조력권은 당연한 권리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 의원이 사실상 수사 방해에 가까운 릴레이식 변호인 접견을 하면서 공판투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