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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지방선거에는 무슨 바람이 불까. 지금까지 다섯 차례 치러진 지방선거는 대체로 바람이 크게 일면서 선거판을 좌우했다. 특히 정권 중·후반기에 실시된 선거들은 누적된 실책들에 대한 심판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집권당이 패배했던 바 있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내년 선거는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의 1년간 성적표에 따라 ‘박근혜 바람’이 부느냐, 혹은 야권의 중간심판론 바람이 먹히느냐가 주목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3년 차인 1995년 실시된 제1회 지방선거는 ‘포청천’과 ‘핫바지론’을 내세운 야당이 승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았던 조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당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인 포청천의 주인공 캐릭터를 차용해 승리했다. 선거 직전 창당했던 자유민주연합도 ‘핫바지론’을 내세워 충청권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강원을 포함, 4명의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2002년, 2006년 지방선거는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판세를 좌우한 선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에 실시된 2002년 제3회 지방선거는 최규선 게이트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십자포화를 퍼부은 한나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1개를 석권했다. 2006년에 열린 제4회 지방선거는 정권심판론이 가장 맹위를 떨친 선거였다. 노무현정부의 연이은 실정으로 인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북 단 1곳을 건지는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특히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서울 신촌 유세 중 면도칼 피습을 당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동정론’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3년 차인 2010년 실시된 제5회 지방선거 역시 정권심판론이 선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선거였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즈음해 선거가 치러지면서 ‘노풍(노무현 바람)’이 다시 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40∼50%를 유지한 데다,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의 영향으로 서울과 경기 광역단체장은 여당이 지켜냈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는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에 실시돼 다른 선거와는 양상이 달랐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의 영향이 그대로 이어져 ‘IMF’바람을 탄 여권이 승리를 거뒀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모두 휩쓸었다.

박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실시되는 내년 지방선거는 1998년 선거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박 대통령이 큰 실수를 하지 않고 현재의 국정 지지도를 이어간다면 이른바 박근혜 바람이 불 수 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안정적으로 선거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의 경우 야당은 정권심판론 또는 중간평가론을 내세우며 선거판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바람이 크게 부는 선거가 될 가능성은 낮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현재로서는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약하고 바람으로 판을 바꾸는 선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5회 지방선거는 바람보다는 정책과 비전의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복지정책, 예산문제, 그리고 국가재정문제 등을 높고 여야가 대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람’으로 일컬어지는 중앙정치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기초선거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어 지역 이슈를 놓고 선거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이른바 바람의 영향을 점차 줄여나가야 본래 지방정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