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인물 중에 차기 대선주자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지방선거 출신 중에는 서울시장을 역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대권을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상당한 거물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선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여야 모두 뚜렷한 대선주자를 갖고 있지 못한 데다,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되면 차기 대선과 임기가 엇비슷하다는 점에서 대권을 노리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안희정 충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도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처럼 재선이 아니더라도 초선에 성공한 인물들 중에서도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를 보면 대통령 임기 1∼2년 차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으로 진행됐지만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통령이 아직 자신의 정책을 충분히 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는 인식이 남아 있는 시기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여권에 유리하게 전개돼 왔다. 김대중정부 시절 임기 1년 차에 치러진 2기 민선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서울·경기를 비롯,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며 대선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정권심판론이 먹혀들기보다는 정권연장론 선에서 선거가 치러진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선거는 정권 심판보다는 인물평가적 선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는 8 대 2 정도로 인물평가론이 우세할 것으로 본다”며 “기존 인물과 새로운 도전자에 대한 평가가 선거에서 주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본부장은 “정권견제론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투표에서 ‘묻지마 비토(거부)’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물 선거가 됐을 경우 대권을 향해 각자 움직이는 구도가 예상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 지자체장들이 스스로 대선 캠프를 꾸리고 대권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 성공하면 2018년 초까지 임기가 이어진다. 대선이 2017년 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대권에 도전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단체장의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을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재선에 성공하면 당장 야권의 강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현재도 유력 후보지만 재선이 더해주는 무게감은 현재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나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차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