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는 12일 기본급 9만7000원 인상, 성과급 500%+920만 원(재래시장 상품권 등 포함)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진행됐던 현대·기아자동차의 임·단협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기아차 노조는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그러나 이번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노조의 부분 파업과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으로 7만3462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가 5만191대, 기아차가 2만3271대이며, 생산 차질액도 각각 1조225억 원, 4135억 원에 달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간2교대 실시에 따른 갈등으로 12주간 주말특근이 실시되지 않아 발생한 8만여 대(생산차질액 1조7000억 원)까지 합치면 두 회사의 올 생산 차질 대수는 15만여 대에 달한다. 연간 생산규모가 30만 대인 현대차 중국 1공장의 연간 생산량 절반 가량이 국내 공장 노조의 부분 파업과 작업 거부 등으로 날아간 셈이다.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육박하는 두 회사에서 해마다 파업 등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가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합리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부분 파업 등을 벌여 14만 대가 넘는 생산 차질을 초래했다.

파업은 회사에만 손해를 끼친 것이 아니다.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상반기 주말특근 미실시로 1인당 250만 원 가량 급여가 감소했고, 이번 부분 파업으로 또다시 100만 원 정도 급여가 줄었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도 부분파업으로 1인당 100만 원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회사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생산 차질은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8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69.1%로 2008년 이후 유지해온 70%선이 무너졌다. 8월 미국 시장 점유율도 7월 8.8%에서 7.9%로 하락해 판매 순위가 6위에서 7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전세계에서 올해 대규모 노사 분규가 발생한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파업을 해야 회사가 더 준다’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버리고 ‘회사가 잘 돼야 임금과 복지가 올라간다’는 노조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병권·강승현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