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된 해상기반 고고도방어체계(THAAD) 미사일 등으로 요격하는 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북한의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과 대포동 2·3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되는 핵무기를 발사초기에 무력화시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사일방어망(MD) 시스템 구축도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미 국방부는 10일 서태평양 마셜 제도 부근의 콰절린 암초·레이건 시험지역에서 실시된 해상기반 SM-3 블록 IA 미사일과 THAAD 미사일의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릭 레흐너 미사일방어청(MDA) 대변인은 “대기권 밖에서 지상의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격추하는 THAAD 요격 시험은 그 동안 10여 차례 성공했지만 이지스 구축함의 해상기반 요격 시험 성공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요격 시험은 발사된 타깃 미사일의 궤도를 미 육군과 해군의 AN/SPY-1, AN/TPY-2 레이더가 추적해 이지스 구축함에서 SM-3 블록 IA 미사일과 THAAD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요격 미사일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4월 아·태지역에 배치된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USS 디케이터호(DDG-73)에서 발사됐다. 미 국방부는 타깃 미사일과 요격 미사일의 정확한 궤도와 격추 고도, 시간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THAAD 요격 미사일의 경우 대기권 상층부에서 목표물을 맞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은 구축함 선상에서 THAAD 요격미사일 시험에 성공해 괌기지가 아닌 북한 인근의 공해상에서도 수십 초 안에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방어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시험은 1년 전부터 계획됐으며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군사 개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