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소속도 아닌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국방부에 63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작은 정보를 모아 큰 그림을 그리려 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석기 의원이 총책으로 있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가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연계돼 있을 거라는 추정을 근거로 자료의 ‘북 유출’ 가능성을 점쳤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장은 5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명한 장군에게 ‘미국에 대해 어떻게 이런 자료를 다 모았느냐’고 했더니 ‘미국 신문에 난 걸 다 모아서 조합했더니 큰 그림이 그려지더라’고 답했다”며 “신문기사보다 국방부 자료는 훨씬 더 전문적인 자료들이기 때문에 작은 정보를 모아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또 “아직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과 연결돼 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의원들이 분담해서 전문가들이나 알 수 있는 수준의 중요한 군사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고 봐야 한다”며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방부는 심도 있는 내용은 주지 않았고 일반적인 것만 줬다고 하는데, 통진당 의원들이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요구했는지 알 수 없어 어느 정도 가치 있는 정보가 통진당 쪽에 흘러갔는지 속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취합된 정보가 북한으로 갔다면 명백한 간첩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통신감청 정보를 총괄하는 5679부대장 출신인 한철용 예비역 소장도 “한마디로 모자이크고 퍼즐 맞추기”라며 “조각 하나하나만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다 모아놓고 보면 의미 있는 그림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 의원이 요구한 자료 중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 같은 경우는 국방부가 자료제출을 거부했지만 만약 이 의원 측에 건네졌을 경우 내란음모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였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통진당 측에 건넨 자료에는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것은 거의 없고 일반적인 자료들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통진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중 상당수는 외부로 유출될 경우 군 작전이나 안보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