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제도권 정치에서 ‘종북(從北) 세력’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학생운동권이나 시민단체 등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는 종북 성향 인사 및 단체들도 운신의 폭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확정 판결을 받은 25개 단체 중 5개가 아직도 국내에서 버젓이 활동 중이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해외본부와 남측본부는 각각 1994년과 1997년 이적단체로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웹을 운영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민자통),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연방통추)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적단체 판결 이후에도 해당 단체가 활동을 유지하는 것은 강제로 단체를 해산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 및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나 정치권이 이적단체 처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5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며 이 의원 사태를 계기로 법안 처리에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그 성향이나 정체성을 의심받는 단체도 있다. 1998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뒤 출범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일부 간부가 3∼5월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모임에 참석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종북 성향을 의심받고 있다. 한대련은 전국 22개 대학 총학생회가 가입한 민족해방(NL) 계열의 학생운동조직이다.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국가정보원 수사가 공개된 이후 통진당과 행보를 함께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20여 개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도 종북 세력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 의원 사태를 계기로 종북 세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증가한다면 관련 당국의 수사도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