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관련 공개 변론을 앞두고 재계가 대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중소기업들은 존폐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정상 경영활동과 일자리 창출 모두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종합민원실에서 14만 전국 상공인의 뜻을 담은 통상임금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탄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등 전국 71개 상의 회장단이 모두 참여해 작성됐다.

상의 회장단은 탄원서에서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1개월을 넘어 지급하는 금품은 통상임금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법령과 정부지침, 판례를 기준 삼아 임금 제도를 운용해 왔다”면서 “사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을 신뢰하고 그에 맞게 지급한 임금 관행을 보호하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인건비가 감당 못 할 정도로 오르게 돼 중소기업은 존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의 회장단은 특히 “노동계가 통상임금 집단 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어 사법부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한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소송사태는 불길처럼 번져나갈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미칠 경제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지난 8월 26∼30일 중소 제조업체 126곳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 84.9%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답기업 65.1%가 ‘신규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고, 19.8%는 ‘기존 고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응답기업 가운데 절반가량(49.2%)은 경영을 지속하기 어렵거나(7.1%),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42.1%)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근로의 대가성 여부를 근로제공과 관련성 유무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수당이 ‘계속·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됐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근로의 대가라는 기본적 전제보다 지속적인 지급 사실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다 보니 개별 사례에 따라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된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또 최저임금과 균형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