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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최근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으로 여러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주택시장이어서 그에 대한 처방도 쉽지 않다. 깊게 들여다보면 그 문제는 국내의 특이한 전세제도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투자용도로 주택을 구입할 때 전세가 들어 있는 주택을 전세만큼 자기투자금액을 줄여 구입하게 된다. 따라서 월세 수입을 취득하지 않는 대신 매각을 통한 자본수익률을 증폭시키는 레버리지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자가(自家)를 원하는 사람도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전세가가 높다고 주택을 구입하기 힘들다. 가격이 내리면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안적으로 전세에 거주하면 적절한 주거 소비를 유지하면서도 자가 구입을 위한 투자금인 전세금을 원금 그대로 보전할 수 있다.

이렇듯 전세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여 전세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은 결국 주택 매매시장의 가격 하락에 대한 심리적인 기제를 반전시키는 게 최선이다. 따라서 주택 구매를 유도하고 우선 전세주택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징벌적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필수다. 그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 매입임대사업자로 등록해 5년 이상 임대하면 양도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 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등록 임대사업자는 그리 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전세 임대를 통한 투자 수익의 실현은 매각 시 이뤄진다. 낙관적으로 연간 가격상승률 5%와 가격대비 전세가 비율 50%를 가정하면 자기투자금액 대비 세전 수익률은 10% 정도로 증폭된다. 중과하지 않더라도 다년 간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 누진세율로 30% 전후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등록임대사업자가 되는 경우 전세에 대한 임대소득세가 징수된다. 재산세·취득세 및 관리비용 등을 추가로 지불하면 기대되는 투자수익률은 쉽게 반토막난다.

여기에 가격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 또 임대소득세 및 재산세는 보유기간 운영 소득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운영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의무 임대기간으로 인해 자유롭게 매각 시기를 결정할 수도 없다. 이 모든 요소가 유동성 제약에 따른 리스크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임대사업자의 등록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감면 이상의 좀 더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자가를 원하는 전세임차인의 경우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한다면 자발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것이다. 그러나 매매시장의 장기침체로 인해 불확실성이 크게 존재한다. 따라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가격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인(動因)이 될 수 있다.

이번 8·28 전월세 대책은 다른 것들보다도 매매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전세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히 전달된 정책 조합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있으나 취득세 영구인하를 명시화하고 민간 임대사업자의 수익률을 보전해주기 위한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인상하는 등의 선택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시장에 팽배해 있는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정부가 떠안아주기 위한 수익공유형 모기지 및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대 이상이다. 장기적으로 어떤 보완이 필요할지는 고민스러운 요소가 있고 그 대상이 지극히 한정돼 있어 한계는 있으나 매매시장의 전환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것이다. 무엇보다 안심되는 것은, 이번 정책의 세부안 가운데 많은 것이 국회의 법 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