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26일 한·미·일 3국의 굳건한 동맹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경화 행보 속 망언을 일삼고 있는 일본에 대한 질타는 쏙 빠지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만 전향적 자세를 강조하는 ‘외눈박이’ 발언을 이어갔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서울의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으로 불미스러운 관계였지만 21세기 아시아의 현실과 정세는 60년 전과는 다르다”며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는 역할을 강조했듯 한국도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우경화 행보를 이어가는 일본 측의 반성을 촉구하는 대신 한국의 관계 개선 노력만을 강조하는 듯한 매케인 의원의 발언은 계속됐다.

매케인 의원은 외려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힘을 합쳐서 양국간 차이를 극복하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케인 의원의 한·일 관계에 대한 사시(斜視) 섞인 발언은 최근 일본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평가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지금의 현실은 일본의 평화 헌법이 제정됐을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움직임을 두둔했다.

매케인 의원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워낙 비극적 문제여서 양국간 해결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케인 의원은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이날 발언은 우방국의 국민감정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잘못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상대국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말을 아끼는 정도의 금도는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24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최선순 할머니의 장례식이 바로 이날 열렸다.

민병기 정치부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