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방침에 대해 시민사회 진영에서도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지 공약을 과감히 조정하거나 ‘공짜는 없다’는 진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중도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복지와 세금,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증세라는 희한한 조합이 성공할 리 없다”면서 “재원이 부족하면 당연히 복지 공약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는 “201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한국이 3.6%로, 스웨덴 같은 복지 국가(12.7%)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4%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중산층이 증세에 반발하는 것은 공짜라면 모를까 자기가 더 부담해야 한다면 더 큰 복지수혜가 반갑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바른사회는 이어 “민심이 이렇다면 당연히 정부는 민심에 맞게 정부 지출을 조정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세출조정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비롯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에게 ‘공짜는 없다’는 진실을 알리고 국민들이 원하는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정부의 2013 세법개정안 수정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사회는 “수정안에 따라 5500만 원 이하 봉급 생활자는 세금이 전혀 늘지 않고, 증세 대상자도 당초 434만 명에서 210만 명으로 줄게 된다”면서 “원안에 비해 세수가 줄어들었지만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대안도 없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했다. 같은 논평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세금문제와 관련, 보편적 복지를 누구보다 주장해온 민주당이 보편적 증세에 대해서는 ‘세금폭탄’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새누리당 역시 당정협의를 거쳐 마련된 세법 개정안에 대해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주무부처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비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