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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기종 선정을 위한 ‘마지막 가격입찰’이 16일 모두 끝나면서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은 조만간 열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유찰’이나 ‘최종 기종 결정’이라는 절차를 맞게 되지만 기종 선정을 위한 기준과 평가 방법 및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F-X 사업 선정을 위한 평가 기준(가중치)은 획득비 15%, 운영유지비 15%, 임무수행능력 33.61%, 군운용적합성 17.98%, 경제적·기술적 편익 18.41%로 적용됐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 같은 가중치는 한국 정부의 주요 무기획득사업이 소요 예산과 관계없이 모든 사업에서 비슷하거나 동일해 부실한 평가와 무기획득 오류 등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졸속 평가 = 창군 이래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는 F-X 3차 사업 평가 기준을 둘러싸고 사업기간 내내 논란이 계속됐다. 무엇보다 미국 전투기들이 이번 사업의 최종 기종으로 선정될 경우 전투기 선정 전에 가중치 100%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기종을 선정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F-35는 전체의 30%인 수명주기비용(획득비+운영유지비)에 대한 확정가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F-15SE도 전체 가격 중 25%가 대외군사판매(FMS)거래여서 확정가는 동체 중 일부만 제출하는 등 유로파이터를 제외한 미국 전투기들은 2개 업체 모두 완벽한 확정가를 제출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FMS로 판매하는 F-35의 경우 기종 선정 이후 가격이 오르거나 인도시기를 지연해도 페널티를 물릴 수 없다. F-15SE도 전체의 75%에 한해서만 페널티가 적용될 뿐이다.

이뿐만 아니라 33.61%에 달하는 임무수행능력도 유로파이터만 제대로 평가받았을 뿐 F-35는 평가를 거부한 채 시뮬레이션으로 평가받았으며, F-15SE는 시제기도 없어 연습기로 평가했다. 17.98%인 군운용적합성도 F-35는 추적기로도 평가를 거부하면서 F-16으로 대체해 평가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시제기가 없는 F-15SE는 연습기로 대체됐다.

◆가중치 맹점 = 평가 기준을 둘러싼 불합리한 규정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우선 F-35가 최종 기종으로 선정되면 정비창(창정비)을 일본에 두는 조건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정비가 필요할 경우 한국 공군 전투기를 일본이 고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비비용도 고스란히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F-15K의 경우 연간 정비비만 2000억 원이 소요되면서 도입 예정인 F-X 역시 연간 2000억 원 정도로 비슷하게 고장이 난다면 30년간 6조 원 이상의 정비비용 가운데 부품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에 돌아가게 된다. 대신 유럽 전투기는 모든 정비를 한국 공군에서 담당해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또 미국 전투기는 전투기의 소프트웨어와 핵심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고 관리에 필요한 키워드인 ‘코드소스’도 일본에는 제공하지만 한국 공군에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사업의 맹점으로 꼽힌다. 코드소스를 모르면 우리 공군이 돈을 주고 구매한 우리 전투기를 스스로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단순 고장이 나도 기체를 열어 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전투기는 한국 공군에 코드소스를 넘긴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 1년 7개월간의 평가와 가격입찰을 막 끝냈지만 이처럼 잘못된 F-X 3차 사업을 바로잡으려면 시뮬레이터로 진행한 F-35와 단 한 대의 전투기도 없어 연습기로 평가한 F-15SE의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지난해 8월 말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된 평가에서 두 기종 모두 “한국이 2012년 10월에 기종을 선정한다”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를 거부했으며 방사청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아직 가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거나 사업 초기 약속한 스펙과 다른 기종을 제안하는 꼼수를 부려도 페널티 없이 진행한 입찰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1, 2차 F-X 사업 평가에 참여한 적이 있는 예비역 공군 대령은 “시간을 갖고 평가와 협상을 진행하면 당연히 가격은 내려가고, 기종은 더 좋아지면서 절충교역 등을 통해 들여오려는 기술이전 약속도 더 잘 지켜질 수 있다”고 방사청의 졸속 평가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