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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쿤구니야열에 감염된 B(23) 씨는 6월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했다 모기에 물린 것이 화근이 돼 발열, 등 부위 통증,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났으며 병원 치료 후 회복됐다. 둘 모두 유비저와 치쿤구니야열이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발생한 첫 사망, 첫 감염 사례였다.

해외여행과 방문이 잦아지면서 감염병의 국내, 국외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이나 도시가 아닌 숲, 계곡 등 오지로 여행을 가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런 토착 풍토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황열, 장티푸스 등은 현재 백신이 개발돼 예방접종이 가능한 질환들”이라며 “예방접종 후 질병에 대한 면역이 생기려면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늦어도 출국 10∼14일 전에는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뎅기열, 말라리아가 해외 감염 중 제일 많아… 모기 주의=우리나라 국민이 해외 방문 시 가장 많이 감염되는 질환은 뎅기열과 말라리아다. 둘 다 모기에 의해 인체에 전염되는데 지난해 각각 149명, 5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뎅기열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와 베네수엘라, 브라질 같은 중남미 지역에서, 말라리아 역시 태국 등 동남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행한다. 두 감염병 모두 고열과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뎅기열은 아직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반면, 말라리아는 백신은 없지만 예방약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여행 1∼2주 전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사에게서 처방받은 후 복용해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는 지역별로 유행하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약도 그에 맞게 골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흥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태국과 캄보디아 접경지역의 말라리아는 치료약의 하나인 메플로퀸에 내성을 가지고 있어 독시사이클린이나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 복합제를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뎅기열,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방문할 때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 모자를 착용해야 하고 모기장, DEET 성분의 곤충기피제도 챙기는 것이 좋다.

◆세균성 이질 등에 따른 여행자 설사… 오염된 물 조심=이른바 ‘물갈이 설사’라고 불리는 여행자 설사는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을 방문할 때 심심치 않게 겪게 된다. 대개는 하루 3∼5회의 설사가 3∼4일 계속되다 좋아지지만 지속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주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장독소형 대장균이 주 원인이며 시겔라 균에 의한 세균성이질일 경우 발열, 구토를 동반할 수 있다.

여행자 설사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지 않고 특히 음식은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일단 여행자 설사가 발생하면 적절하게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고, 설사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지사제의 복용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설사 횟수가 하루 5회 이상이거나 고열과 복통 혹은 혈변 등이 동반되는 경우 혹은 48시간 이내에 증상 호전이 없을 때는 항균제의 투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우 교수는 “익히지 않았거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먹지 않고, 정수되지 않은 물로 만든 얼음을 섭취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비저, 치쿤구니야열 등 신종병 주의=유비저는 동남아 등 유행 지역의 토양과 물에 든 그람음성 간균에 의해 감염이 일어난다. 주로 호흡기 흡입 및 피부상처를 통해 이뤄지나 드물게 경구 섭취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의한 감염이 가능하다. 유행지역에서는 우기에 환자 발생이 집중되며, 대부분 중증 폐렴과 패혈증을 동반하는 급성 경과를 보인다. 치명률이 40%로 높고,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유행지역을 여행하는 경우에는 흙을 만지거나 고인 물을 마시는 것을 피해야 한다.

치쿤구니야열은 1953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감염병이다.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감염된 열대숲모기, 흰줄숲모기에 의해 옮겨지는데, 이들 모기는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이기도 한다. 국내에도 흰줄숲모기는 존재하지만 국내 감염 환자 발생은 지금껏 보고된 바 없다. 치쿤구니야열은 예방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제가 없으나, 대증요법을 통해 대부분 회복돼 사망률이 극히 낮다.

모기가 옮기는 감염질환 가운데 주의를 해야 할 것에는 황열도 있다. 아르보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발생하는데, 특히 치사율이 50%에 달할 만큼 위험성이 높다. 이 때문에 현재 중부 아프리카와 남미 북부 국가에서는 황열 예방접종을 마쳤다는 접종카드가 있어야만 입국이 허가된다. 황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병의원 수는 극히 한정되어 있으며 서울, 인천, 부산 등 국제공항이나 항만이 있는 검역소 및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접종할 수 있다. 김동원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떠나기 전 미리 여행할 곳에서 발생하는 질병 정보와 예방법을 숙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 국의 주요 질병 정보와 여행 시 주의사항은 질병관리본부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http://travelinfo.cdc.go.kr)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