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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논쟁적인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72·사진) 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이슬람 신자들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저명한 학자, 저술가, 언론인들까지 합세해 이슬람 신앙과 문화, 현대화 등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이 8일 보도했다.

발단은 도킨스가 8일 올린 트위터 메시지. 마침 이날은 이슬람 신도들의 라마단 기간이 끝나고 최대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도킨스는 “전 세계에서 이슬람 신자 중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을 모두 합쳐도 트리니티대(케임브리지대의 칼리지) 한 곳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들보다 적다. 하지만 중세 때에는 (이슬람 신자들이) 위대한 업적을 냈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후 난리가 났다. 도킨스를 인종주의자로 비난하는가 하면, 이슬람에 대한 터무니없는 편견이란 댓글들이 쏟아진 것. 그러나 도킨스는 다시 “이슬람은 종교이지 인종이 아니다”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단지 흥미로운 팩트를 거론했다고 해서 (비판하는가)?”란 메시지를 올렸다. 굳이 이슬람 신자와 노벨상 수상자를 거론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 세계 이슬람 신자 숫자와 그들의 과학적 업적에 대한 자랑을 너무 자주 듣다 보니” 노벨상 수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답했다. “하필이면 왜 트리니티대냐”란 질문엔 “이슬람 신자와 유대인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덜 공격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유대인 노벨상 수상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대신 트리니티대를 비교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트리니티대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32명, 이슬람 신자 수상자는 10명이라고 위키피디아를 인용해 지적했다. “무신론 수상자는 몇 명이나 되냐”란 질문에 도킨스는 “나도 알고 싶다. 찾아보라. 아마도 (전체 수상자 중) 비중이 높고 증가하는 추세일 거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도킨스의 이번 발언에 대해, 논쟁해볼 만한 이슈란 반응이 있는가 하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영국의 평론가 오웬 존스는 “무신론을 주장해왔던 도킨스가 이번에는 편협한 생각을 내세웠다”면서 “너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무신론으론 별 반응을 모으지 못하니까 이번에는 이슬람 신자냐”란 힐난도 많다. 텔레그래프의 칼럼니스트 톰 치버스는 “팬으로서 부탁하니 제발 좀 조용하시라”고 도킨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도킨스가 종교 논쟁에 휘말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신은 없으니 걱정 말고 살아라’란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써넣은 버스를 영국 전역에 끌고 다니며 무신론 전파운동을 펼쳤는가 하면, 2010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는 가톨릭을 ‘악’, 교황은 ‘악당’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눈먼 시계공’‘악마의 사도’‘만들어진 신’ 등의 저서로 국내에서도 많은 열혈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