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가 29일 언급한 독일 나치식 개헌의 핵심은 ‘수권법(授權法)’이다.

수권법이란 행정부에 법률을 정립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법률로 ‘전권위임법(Ermachtigungsgesetz)’이라고도 불린다. 현대적 헌법의 효시로 인정받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무력화시켜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독재’ 기반이 된 법이다.

수권법 자체는 5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 매우 간단한 법률이다. 핵심은 “독일의 법률은 헌법에 규정되고 있는 수속 외에 독일 정부에 의해서도 제정될 수 있다”고 규정한 제1조다. 외국과의 조약도 행정부 외 기관의 합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4조), “현 정부가 다른 정부로 교체될 경우에는 효력을 잃는다”(5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행정부는 나치 당원의 기성범죄 및 위반사건 사면, 지방의회 해산, 히틀러 직속의 지역 총독부 설치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쏟아냈다. 이후 의회 고유의 입법권 등 모든 권한이 대부분 정부로 귀속되면서 무소불위의 나치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1933년 1월 총리에 오른 히틀러는 같은 해 3월 5일 총선거에서 43.9%를 득표한 뒤 3월 23일 의회에서 이 수권법을 통과시켜 나치 일당독재 체제를 확립했다. 히틀러는 나치 의석이 과반이 넘지 않는 상황에서 연정을 구성하는 한편, 반대파인 독일공산당의 의회 출석을 방해해 ‘기권’표로 만드는 수법을 활용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