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안은진 기자 eun0322@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지난 25일 발족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기획단 위원장)을 비롯, 16명의 보건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단은 올해 말까지 새로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다. 이들의 제1임무로는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 제고가 꼽힌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부과되는 건보료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평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는 다음 임무다. 일부 소득, 일부 인원에게 부담을 떠맡기는 현행 부과체계는 급증하는 의료비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건보료 부과 대상자와 부과 대상 소득을 넓혀 부담 분산에 나서야 한다.

기획단은 올해 말 그 구체적 해답을 내놓을 계획이다.

◆ 재산 규정 없애고, 소득 기준으로 부과 논의 = 그런 의미에서 이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방안의 핵심은 무엇보다 ‘소득 중심으로의 일원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함께 재산, 자동차, 가구원의 성·연령 등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된다. 부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득이 같아도 가입자격에 따라 건보료가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산, 자동차 등 규정을 없애고 직장·지역 가입자 모두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규식 기획단 위원장은 “소득 기준으로 건보 부과체계를 일원화하면 국민들이 건보료 산정 방식을 이해하기도 쉽고, 형평성 문제에 따른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자연스럽게 피부양자 제도는 폐지된다. 현재 직장가입자에게 얹혀 건보료를 내지 않고 혜택을 받고 있는 2016만4000명의 피부양자 가운데 소득이 있는 사람(214만 명 추정)은 건보료 부담을 나눠야 한다.

정확한 경제적 부담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소득의 범위도 기존보다 확대된다. 직장·지역가입자 그리고 직장가입자 피부양자까지 모두 동일하게 근로·사업·이자·배당·연금·기타소득 등 종합소득과 비(非)상시 소득인 양도·상속·증여소득에 대한 고려가 이뤄진다. 나아가 기획단은 분리과세되는 일용직 근로소득, 4000만 원 이하의 금융소득, 퇴직소득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책정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일용직 근로자 500여 만 명이 올리는 소득은 2011년 47조2000억 원에 달했다”며 “최저생계비 같은 기준선을 둬 이 기준에 넘는 소득을 올리는 일용직 근로자에게는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 부담 분산하면 보험료율 0.39%포인트 낮아지면서도, 재정 유지 =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체계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쇄신위원회가 마련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략적인 청사진을 엿볼 수 있다.

건보공단 쇄신위는 2012년 건보료 수입(35조5758억 원)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부과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그동안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았던 인원과 소득 등에 건보료 부담이 분산되면서 현행 보험료율(5.89%)보다 낮은 5.50%의 보험료율(모든 종합소득 동일)로도 재정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 인하로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은 부담이 기존보다 1조4588억 원 줄었고, 지역가입자는 재산 규정에 따라 부과됐던 5조2892억 원의 부담이 사라졌다. 대신 근로 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1조557억 원)와 피부양자(7229억 원), 그리고 양도·상속·증여소득이 있는 직장·지역가입자(2조432억 원) 등이 감소분을 메웠다.

이런 변화에 따라 각 가구의 건보료 부담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건보 전체 가입자 2116만1000가구 중 1962만3000가구(92.7%)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153만8000가구(7.3%)만 보험료가 인상됐다. 인상 가구는 대부분 직장가입자로 근로소득 외 사업·금융·연금 등 소득이 많은 가구다. 지역가입자의 경우는 전체 790만 가구 가운데 대다수인 773만1000가구(97.9%)가 보험료가 인하됐다.

◆ 각 소득의 보험료율 결정, 복지포인트도 고려 = 건보공단 쇄신위의 방안은 하나의 가정일 뿐,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각 소득의 보험료율과 인정 범위 등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소득 산정 시 비용 공제 부분과 보험료율 등을 근로소득과 비슷한 부담 수준이 되도록 고려해야 한다. 금융, 연금소득도 마찬가지다. 김진현(간호학) 서울대 교수는 “외국의 경우 금융소득의 경우 근로소득보다 2%포인트 낮은 보험료율을 매기는 식으로 건보료를 부과한다”며 “부과체계 개편 시 각 소득의 보험료율을 세심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회에 건보료 부과 여부에 논란이 있었던 공무원 복지포인트와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은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현물 형식으로 지급되는 월급이기 때문에 똑같이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