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요구하며 남성 권익 신장을 주장해 온 성재기(46·사진) 남성연대 대표가 한강에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남녀가 서로 편을 갈라 비방하는 이성 비하 논쟁이 가열돼 우려된다.

30일 국내 대표적 반(反)여성 인터넷 커뮤니티로 꼽히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는 29일 숨진 채 발견된 성 대표에 대한 추모의 글과 함께 여성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실제로 한 일베 회원은 성 대표의 양성평등 주장이 논리가 없다는 모 여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게시한 뒤 ‘자궁경부암에나 걸려라. 정신 빠진 X’ ‘신상을 털어버릴 테니 페이스북 주소를 찾아보자’ 등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여성 관련 글에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함께 ‘죽여버린다’ ‘자궁을 적출해라’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일베는 성 대표 투신 사건 이전에도 ‘김치X’이나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지칭하는 단어 등을 사용하며 여성을 비난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왔다.

성 대표에 대한 추모도 이어져 그가 투신한 마포대교와 모교인 영남대 등을 다녀온 뒤 인증 사진을 올리는 식의 추모글이 줄을 이었다. 또 성 대표가 폐지 운동을 펼쳤던 여성가족부의 전신 ‘여성부’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되기도 했다.

추모 움직임과 반대로 일부 반 남성 성향 커뮤니티에는 성 대표와 남성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1만5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한 남성 비하 카페에는 전반적인 추모 분위기와 달리 일부 네티즌들이 성 대표의 사진과 함께 외모를 조롱하고 죽음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카페에는 ‘군가산점 영구철폐’‘군대 5년 보내기 서명운동’ 등 군 문제 관련 이슈뿐 아니라 ‘하등종족 수컷 비난’ ‘죽어야 할 수컷’ 등의 과격한 게시글이 올라와 남성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는 “평소 쌓여 있던 이성에 대한 불만이 서로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온라인상에서 모여 얘기하다 감정의 상승작용이 일어나 생각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고 말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사진 = 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