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집행임원제와 집중투표제 등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경영 자율성을 떨어뜨려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회사 경영을 과도하게 통제해 헌법 126조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집행임원제와 집중투표제 등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을 17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에 속하지 않은 채 이사회 결정 사항을 실무에서 집행하는 ‘집행임원’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또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집중해 특정 임원을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고 대주주 보유 3% 이상 의결권은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한 국가의 기업 지배 구조를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면서 “기업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중요한 만큼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구성이 서로 뜻이 안 맞는 사람들로 구성돼 싸움만 하다 중요한 의사 결정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면 기업 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던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 경영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 연구위원은 “집중투표제의 경우 소수 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소수 지분을 확보한 투기 자본이 경영권 분쟁까지 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투기 자본이 단기 이익을 추구하고 빠져 버리면 장기 경영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헌법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전삼현(법학) 숭실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법익 균형성 등 측면에서 헌법 37조의 과잉금지 원칙 등과 충돌하거나,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회사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는 헌법 제126조를 침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